한해 동안 부족한 블로거의 어리석은 글들을 읽어주신 이들께.
1. 일년은 10개월이다 뒤에 붙은 11월과 12월은 서비스다. 한해를 잘 정리하고, 새해의 계획을 미리 준비하라고 덤으로 주어진 것이다. 개인적이던, 직업적이던 올해 할 중요한 것들은 이미 끝났다.
2 내 인생 최악의 한해
나는 오랫동안 그리 기억할 것이다. 돌이켜보며 2002년이 내 인생 최고의 해였다. 그해에 월드컵이 있었고, 부산 아시안 게임에 북한 응원단이 왔으며, 노무현 대통령이 극적으로 당선되었다. 그리고 올해는..... 존경하는 두분의 대통령을 보내드리고 외가의 큰삼촌도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 2002년 한해 동안 그토록 기뻐하고 환호하는 일년이 또 있을까 했지만, 2009년 한해만큼 슬퍼하고 분노하는 일년도 우리에게 있었다.
<서거 다음날, 5월 24일 봉하, 농부가 사라진 텅 빈 들판>
3. 허름한 작은 오두막 하나
그래서 그 집이 하나 지어지고 있다. 더디고 고통스럽지만, 살아남은 자들이 슬픔을 견디어내기 위해 몰입할 일감을 만든 셈이다. 어른이 돌아가시고 난 뒤에 갑자기 실업자가 되고 감시를 받아 취업도 어려운 그의 사람들에게 생계를 마련해주는 의미도 있다. 주춧돌을 세우고 기둥을 박고 서가래를 올린다. 추운 산행길 이 집이 많은 이들이 지치고 얼어붙은 몸을 녹일수 있는 대피소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기력을 찾아 이 집을 떠나 다른 여정을 계속해 나간다고 해도 원망하지 않을 것이다.
4. 지키지 못한 약속 하나
올해 지키지 못한 약속 중 하나가 <본격 연대 매뉴얼>을 계속 쓰지 못한 것이다. 내 블로그를 등록해 놓은 이글루스 유저 일부는 아마 그 글을 보고자 했던 20대 88세대라고 생각하는데, 5월 14일에 처음 시작하고 일주일에 한편은 써보려고 했다. 20대 개새끼론에서 벗어나 연대담론의 한축을 20대가 차지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쓰려했고 20대 중 한두명이라도 읽고 삶의 용기를 품을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처음 계획은 그랬다. 그러나 5월 23일 그 참담한 일로 모든 것들은 헝크러져 버렸다.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미안하다. 집을 하나 지어서 해결하는 방법을 생각해서 그리로 신경을 많이 쓰고 있으나, 설령 그 집이 잘 지어진다고 해서 88만원 세대인 당신들의 문제- 20대의 문제를 20대에 해결해주지 못할것 같다. 작고 허름한 집을 짓고 있는 이 와중에도 2012년의 선거에 나는 환상이 1mg도 없다. 기적은 없다. 물론 그 시점의 티핑포인트를 위해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노력은 할것이다. 하지만 좀더 넗은 시야로 보지 않으면 안된다. 최소한 8년은 본다. 그런 각오다.
그러니 당신들도 이 꽉물기 바란다. 마음 단단히 먹기 바란다. 피차 그래야 살것이다.
5. 국립 오페라 합창단의 근황 올해 썼던 글들을 쭉 돌아보다가, 지난 4월 이글루스를 뜨겁게 달궜던 국립 오페라 합창단의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 찾아봤다. 시사인의 고재열 기자에 따르면, 지난 7월 8일부로 국립오페라합창단 단원 가운데 22명이 지난달 20일 창단한 나라오페라합창단에 오디션 과정을 거쳐 입단했다고 한다. (
독설닷컴 원문보기)
나라오페라합창단은 노동부의 사회적 일자리 창출 사업의 일환으로 노동부가 재정 지원을 하고 단원 모집과 운영은 국립합창단이 담당하게 되며, 내년 4월까지 노동부 돈이 2010년에는 문화부 돈이 들어온다고 한다. 가장 잘 싸울 수 있는 곳에서 자신들이 이기는 방법으로 전장을 선택했다고 본다. 거리가 아닌 자신들이 가장 잘할수 있는 무대에서 그들은 쫓겨날 이유가 없음을 노래하는 매순간 증명하게 될것이다. 그러니 국립 오페라 합창단으로 돌아갈 그날까지 스스로 믿고 견디고 실력을 키워서 결국 승리하기를 바란다.
6. 2010년 지키려고 무척 노력할 약속 : 기묘한 휴전
올해 썼던 글들을 잠깐 둘러보았다. 반성할 점도 있고, 스스로 잘했다고 아직도 생각되는 점이 있다. 다만 돌이켜보니, 이토록 좁은 인터넷 서비스에서 과연 몇명이나 본다고 자제해도 충분한 싸움도 공연히 몇번은 한것 같다. 그래서 결심한 것이 있다. 세상을 바꿀 자신이 없으니 나를 바꾸기로 한다.
내가 같은 진영이라고 생각하지만, 집이 다른 이들에게는,
당신들과 견해차이에 따른 시시비비에 대해서 내가 먼저 자제하려고 한다. (모르지 이렇게 자신만만하게 써놓고 또 버닝할지도 모르지만) 암튼 나는 그렇게 결심했다. 내가 원하는 위치에 집이 하나 지어질것이고 이 험한 인생의 산행길을 오르는 사람들을 산장들끼리 잘 주고 받아 그들의 삶이 안전하고 태평하게 해야 하는데, 최소한 자기 집이 어딘지는 아는 산장지기라는 자들이 서로 다투어서 산길을 끊어서는 안되겠다.
2010년에 이렇게 해보고 잘되면 2011년에도 이렇게 해보게 될것이고 혹시 알겠는가. 이러다 혹 2012년에 정말 기적이 일어날지. 안 그래?
나와 확고하게 진영이 다르다고 나도 인정하고 당신들도 인정하는 이들에게는
박정희 혈서 논란을 보면서 내가 확신한 것이 있는데, 나는 당신들의 성장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본다. 3년 후던 8년 후던 당신들은 계속 이렇게 살것 같다. 그러니 아주 대단한 일이 아닌 다음에는 당신들과도 다투는 일이- 그러니까 당신들이 무엇을 하는 일에 내가 내 인생을 투자하는 일은 최소화하려고 하고, 없기를 바란다. 나부터 당신들을 무시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피차 서로 무시하자. 내가 당신들에게 뭐라고 하는 것이 있다면, 아마 그건 최근의 무명씨처럼 웹의 당신들을 당구공으로 쳐서 현실계에 에너지를 투사해 보려는 정도가 아닐까.
그래서 생계를 유지하는 데 이외의 에너지를 모두 성장하는데 아낌없이 쓰고 싶다.
7. 2010년 모두들 '나아지기'를 빈다.
생명의 존재 이유는 '나아지는 것'에 있다.
병으로 부터 나아지고, 현재의 상태에서 벗어나 나아지지 않으면,
우리가 살아있는 존재라 할 것인가. 성장하길 빈다.
세상이 다시 우리에게 한해라는 선물을 주고 있다.
나는 지금 매우 강한 욕망에 휩싸여 있다.
내년엔 강하게 성장하고 싶다는 욕구가 드는 지독한 한해가 저물어간다.
더 성장하시라. 부자시민들이 되시라.
보란듯이 살아서 끝까지 행복해지는 것이 최고의 복수다.
2009년 한해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
2010년 한해 더 강해지고 더 나아지시기를, 그리하여 당신들이 행복하게 성장하시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