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일이 그렇지만, 정치도 타이밍이다. 아무리 뚜렷한 목적의식이 있는 일이라도 적절한 때를 알고 실행하지 못하면 결국 좌절하고 만다. 지금 한나라당의 상황이 그렇다.
이 모든 것은 사실 한사람의 욕심에서 부터 시작되었다. 바로 오세훈이다. 한나라당 친이계의 재집권 플랜은 개헌과 한미 FTA 비준안을 통과 실현시켰다는 정치적 실적을 바탕으로 생존의 길을 모색한다는 것. 즉 박근혜를 능가할 친이계의 주자를 세우는 것이었다. 그런 작업을 2011년에 해야 했다. 그러나 개헌은 불가능 했고, 결정적인 문제는 생각지도 않았던 무상급식 국면 - 서울시장 선거로 인해 2011년 하반기의 모든 정치 일정이 다 헝클어져버린 것.
한나라당이 솔직히 할 필요 없었던 무상급식 주민투표, 그리고 서울시장 보궐선거
공판 과정에서 서서히 확인되는 사항이지만, 곽노현 리스크는 이미 작년 10월 부터 정치권에는 파다하게 소문이 퍼졌다. 그리고 곽노현 쪽에서 대놓고 은행 입금하는 방식으로 돈이 전달되었기 때문에, 금융정보를 통제하는 집권측은 올해 초에 이미 전모를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곽노현을 사법처리해서 무상급식 이슈를 증발시켜 버리는 것 (무상급식 정책을 실행할 반대파의 제거)은 집권세력에게는 아주 손쉬운 일이었다. 그런데 여기에 오세훈이 반기를 들고 나온 것이다. 오세훈은 곽노현의 사법처리를 기다리지 않고 한나라당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무상급식 주민투표 정국을 강행했다. 오세훈이 왜 이런 무리수를 두었을까? 오세훈은 무상급식 문제를 통해서 <반복지의 선봉에 선 보수의 아이콘>이 되고 싶었다. 그리고 내년이 대선의 해고, 한나라당 친이계에 이렇다할 대안 카드가 부재한 상황 등도 모두 고려했고. 그런데 오세훈은 무상급식투표 개봉에도 실패했고, 거기에 시장직까지 걸어서 보궐선거까지 달려가게 만들었다.
오세훈이 무리한 이 시점에서 한나라당은 집권 말년의 정치 타이밍을 잃어버렸다.
원래 집권세력측의 일정은 아무리 늦고 강행처리를 한다고 해도 G20 프랑스 회의가 개최되는 11월 초까지는 무조건 한미 FTA를 비준시켜서 가카의 대외적 권위를 증진시킨다는 것이였는데, 오세훈 덕분에 아무도 원하지 않았던 보궐선거 국면이 시작되자 한미 FTA는 통과를 위한 사회적 명분 축적조차 제대로 못했다. 여기에 선거 패배까지 겹치고 나니 당장 한나라당은 발등에 선거 패배에 의한 리더쉽의 재구축이란 불똥까지 떨어져버렸다.
한나라당이 오세훈에게 이를 가는 이유다. 오세훈 덕에 한나라당은 가장 중요한 선거 직전해 2011년이 날아가버렸다.
한미 FTA 강행처리하면? 그럼 내년 예산안은? 4년 연속 강행처리?
우리 국회는 강행처리라고 쓰고 날치기라고 읽는 짓을 여러번 해왔다. 그러나 국내이슈가 아닌 타국과의 외교협정을 강행처리? 결코 쉽지 않다. 한나라당이 한다면 최초 타이틀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한미 FTA는 그렇게 강행처리 했다 치자. 그럼 연말 정국의 가장 큰 이슈인 예산안 문제는 어떻게 할껀가? FTA를 강행처리 하면 정국은 급냉하고 결국 내년 예산안도 한나라당이 단독 강행처리- 날치기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한나라당이 집권한 이후 벌써 3년 연속으로 예산안을 자기들 마음대로 강행처리 해왔다는 것.
총선과 대선 직전 해인 올해 예산안 까지 강행처리 하면 4년 연속 날치기가 된다.
한미 FTA 날치기하면 예산안 날치기는 각오해야 하고, (내년이 총선인데! 강행처리에 나서는 한나라당 국회의원들 어쩌라고! ^^)
한미 FTA 날치기안하면 레임덕을 자백하는 꼴이 된다.
한미 FTA를 처리하고 난 뒤에 예산안 처리가 서너달 뒤의 일이라면, 한나라당은 이미 한미 FTA를 강행처리 했을 것이다.
하지만 바로 등짝에 바로 붙어있으니 지금 한나라당과 청와대가 슬슬 미쳐가는 것이지.
전문용어로 말하면 빼도박도 못하는 처지다.
이 문제의 출구전략이 없다.
한나라당이 쓸 수 있는 유일한 출구전략은 쇄신을 빌미로 한 지도부 교체 정도?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정치는 타이밍이다.
아무리 옳은 일이라도, 때를 놓치면 못한다.
한나라당이 정말 한미 FTA를 하고 싶었다면, 소고기 문제가 아예 없었을 때, 그나마 이익의 균형이 지금보다는 상대적으로 한국에게 더 있었을 때.
그러니까 자신이 5년전 자신들이 야당이었을 때 했었어야 했다.
지금에서야 노무현을 광고에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때 진심으로 노무현의 뜻에 따랐어야 했다.
그때 반대한 원죄를 지금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
그래, 시간은 항상 잘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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