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겠습니다.

시민이여, 부자시민이 되자

노무현은 '부자시민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처연한 문장은 <성공과 좌절 - 노무현 대통령이 못다 쓴 회고록> 에 나온다. (Page 41) 이 문장 뒤로 노무현 대통령의 글은 서서히 메아리가 끊긴다. <성공과 좌절>은 미완의 회고록이다. 보다 정확하게는 회고록을 집필하기 위해 대략의 얼개를 지어놓은 것이다. 그리고 시민주권 이야기라는 큰 제목 뒤에 '부자시민이 되면 좋겠다'는 문장이 나온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 주제로 한개의 장을 지으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러나 문장은 채 이어지지 못했다. 2009년 5월 23일. 그는 세상을 떠났다. 세상이 그를 벼랑으로 밀어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의 뜻을 완벽하게 알지 못한다.  그가 말하는 부자시민이 무엇인지, 어떻게 부자시민이 되어야 하는지. 부자시민이 되면 어째서 좋은지. 알지 못한다. 하여 나는 울었다. 생의 마지막 순간 노무현은 이 회고록을 쓰겠다는 생각만 하고 살았다. 그러나 그것조차 여의치 않게 되자 그는 모든 것을 내려놨다. 자신의 실패조차  밣고 지나가라며 쓴 지극히 참람된 회고록에 어째서 시민들이 부자시민이 되면 좋겠다는 권유를 하였는가.

나는 알 수 없었다. 아니 알 것 같았다. 아니 모르겠다. 아니 모르지는 않는다. 죽음 너머에서 삶을 공고히 하는 것은 이제 더운 숨을 몰아쉬는 나의 몫이니. 하여 눈물이 내 속에서 부터 차고 올랐다. 그의 마지막 책에서 '부자시민이 되면 좋겠다'를 읽는 순간 툭하고 뭔가 터져나갔다.

이제 나는 노무현이 말하는 부자시민을 그의 남은 글에서 유추하여 찾아낼 뿐이다.


부자시민은 근육세포 같은 사람들이다.

관치경제의 시대에는 특혜와 반칙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시장을 주도합니다. 그러나 자유시장 경제에서는 특혜와 반칙이 아니라 창의와 실력으로 정정당당히 경쟁해서 성공한 새로운 시장 주체들이 성장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원칙을 존중하고 게임의 규칙을 존중합니다. 창의적 경쟁을 통해 새롭게 성공한 사람들은 자존심 강하고 자기 권리 주장이 분명하고 성공한 만큼 떳떳하게 대접받고 싶어 합니다. 새로운 사람들입니다. 시민적 자존심을 가지고 자부심이 강하고 원칙을 존중하고 규칙을 존중하고 더 나아가 민주시민으로서의 자각, 지도자로서의 도덕적 자각 같은 것을 지닌 사람입니다.

중략

시장에서 자기를 새롭게 성공시킨 많은 사람들, 정정당당한 방법과 창의력으로 피땀 흘려 성공한 사람들이 국가가 해야 될 일이 무엇인가에 대한 폭넓은 사고를 가지고 국가와 사회에 기여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래의 민주주주의는 계급적 집단에 기초한 정당, 그 정당의 투쟁에 의해서 실현되고 발전해가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속에서 정정당당히 승부해서 성공한 사람들의 도덕적 각성과 민주적 시민으로서의 자각을 토대로 해서 발전한다고 생각합니다. (성공과 좌절 276~ 278)


한 국가의 경제 경쟁력의 품질은 압축해서 설명하면 곧 그 나라 부자들의 경쟁력이다. 

조사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미국 부자 순위 1위 는 빌 게이츠와 워렌 버핏으로 봐도 무방하다. 두 명 모두 노무현이 말한 스스로의 창조력으로 성공한 사람들이다. 빌게이츠는 내가 지금 글을 쓰고 있는 환경을 창조했고 워렌 버핏은 투자의 철학을 완성했다. 그들은 자신이 어떻게 부자가 되었는지 몇시간을 강연할 수 있는 철학가의 수준에 도달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한국의 부자 순위 1위는 이건희다. 불법을 저지른 이건희는 IOC 위원 자격을 스스로 내놔야만 했다. 위대한 부자들은 자신이 부자가 된 철학을 기꺼히 세상과 나눌수 있지만, 이건희는 결코 그럴수가 없다. 이건희가 부자학 강의를 한다면 제 1장은 부자집 아들로 태어나서 형을 제치고라도 재산을 물려받아야 한다가 될테니까.

나는 이건희 따위의 경쟁력이 빌게이츠와 워렌 버칫의 경쟁력에 못 미친다고 생각한다.

만약 이건희가 미국에서 태어나서, 빌게이츠와 워렌버핏과 경쟁해야 했다면, 이건희는 결코 미국 제 1의 부자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심지어 미국 부자들은 부시 정권이 상속세를 감세하려고 하자 공화당 정권에 저항했다. 그리고 이런 일까지 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초거대 재력가들이 뉴욕에서 극비리에 모임을 가진 것으로 밝혀져 모임의 배경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미 ABC 방송에 따르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 오프라 윈프리, 테드 터너, 조지 소로스 소로스퀀텀펀드 회장 등 미국의 억만장자들이 지난 5일 뉴욕에서 극비리에 회동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들은 평소 기부사업에 지대한 관심을 가져온 인물들로서 이번 모임도 기부사업에 대한 포괄적인 논의를 나누기위해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ABC는 “이들은 약 5시간 동안 만나 기부문화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며 "경제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최상의 자선 활동을 전개할지에 대한 포괄적인 의견을 나눴다”고 전했다. 이와관련 미국의 자선활동 전문언론매체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자선단체에 대한 기부액이 현저히 줄고 있는 시점에서 이들은 기부와 자선 활동이 지속돼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긴 내용을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ABC에 따르면 이번 회의에 참석한 억만장자들은 평소 자선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왔으며 지난 1996년 이후 이들이 자선사업에 기부한 돈은 무려 700억달러(약 87조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모임을 주도한 인물은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 회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 (09.05.23,  로이터 연합뉴스) 

한국 제1위 부자 이건희가 3대 세습을 위해 저지른 명백한 죄에 비한다면 한국의 부자집단이 미국의 부자집단을 이길수 없음은 명확하다. 

미국 경제가 위태롭고, 중국경제가 미국의 상대로 떠오르고 있는 것도 엄연한 추세지만,
미국의 부자들이 한국, 중국의 부자들 보다 경쟁력이 있다면
미국은 앞으로도 계속 세계 경제의 리더쉽 국가로 자리매김 할 것이 분명하다.

많은 한국의 부자들은 기회주의로 부자가 되었다. 정치인과 관료와 결탁해서 좋은 정보를 얻어내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일반 투자자들보다 조금 더 빨리 투자하고, 그렇게 회수된 이익을 다시 정치권에 보상으로 주는 구조로 너무나 쉽게 부자가 되었다. 부에 대한 내면화된 철학과 의식이 있을리가 없다. 자존감이 약하다. 그러니 외국에서 들여온 명품과 같은 위세품으로 부를 과시하지 않으면 존재를 부정당하는 기분이 빠진다. 워렌 버핏이 몇십년째 낡은 집에서 헌 차를 고쳐가며 살아가면서도 행복한 부자임을  이해하지 못한다. 부자의 품질은 근육세포와 지방세포의 비유가 가장 적절하다. 진짜 부자는 근육세포와 같아서 몸에 남은 불피요한 에너지를 소비하고 건강과 활력을 부여하는데 집중한다. 가짜 부자는 지방세포와 같아서 계속 에너지를 축적하고 쌓는 것에만 집중한다. 비만이 결국 한 개체의 비참한 죽음을 부르지만 한국의 가짜 부자들은 탐욕스럽게 살이 찌는 것만을 욕망한다. 그러면서 부자니까 존경해달라고 한다. 웃기지마라. 후덕한 지방덩어리를 존중하는 것은 조선시대나 품음직한 기준이 아닌가. 

노무현의 부자시민론(論)은 결국 근육세포와 같이 이 경제공동체에 활력을 불어넣는 건강한 에너지인
부유한 시민들을 많아지고, 그래야만 시민주권의 세상, 사람사는 세상이 오리라고 확신한 그의 마지막 꿈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부자시민이 되면 좋겠다. 

그러니 시민들이여.
나는 당신들이 부자시민이 되면 좋겠다.

청문회에 나와서 자신이 어떻게 부자가 되었는지 기억도 못하는 자들이 리더가 되어서는 안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강력한 자존감으로 스스로의 삶을 일구어 성공했기에 타인의 삶도 돌아보고 존중해줄 아는 합리적인 시민들이 많아져야 한다. 그래서 지역이나 사상을 차별의 근거로 삼는 나약한 의식을 이제는 우스꽝스러운 것으로 만들어 버려야 한다.

한국이 경제적 리더쉽을 발휘하는 국가가 된다는 것은, 공동체 안에서 부의 질서가 재편되는 것이다.
즉 이 나라의 부의 철학이 지방세포적인 관점에서 근육세포적인 관점으로 바뀌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노무현이 말하는 부자시민(근육세포의 부자)들이 이 국가 경제의 헤게머니를 쥐는 것이다.
그런 부자시민들이 정당하게 등장하고 당당하게 발언해야 한다. 부자를 질투하기 때문에 증세정책을 내세우는 것이라는 헛소리에  나는 부자지만 증세를 지지한다는 힘 있는 목소리가 메아리쳐야 한다. 

노무현은 이것을 봤다.  말년의 노무현은 스스로 그런 부자시민이 되려고 했다. 노무현의 의식구조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많은 정치인들이 자신을 희망이라고 내세울 때,  노무현은 자신이 희망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는 희망의 증거가 되고 싶다고 했다.우리 아이들에게 본보기가 되고 싶었다. 절망에 빠진 농촌에서도 도시생활 부럽지 않은 가치를 창조해낼 수 있음을 보여주려고 했다. 노무현은 그저 놀지 않았다. 장군차를 심었다. 썩어가는 강가를 청소했다. 꽥꽥대는 오리들을 동원해 친환경 농사를 지었다. 노공이산이 되고자 했다. 노구로 이 꽉 막힌 세상을 밀어내어 공간을 만들고 거기에 위대한 항산(恒産)을 쌓으려 했다.

항산(恒産) 없이 항심(恒心) 없다. 수천년 전 맹자가 한 이 말은 현대에도 유효하다.

나는 20대 개새끼론(論)은 믿지 않는다. 사람은 자기가 살아온 나날만큼의 책임을 지는 것이 합리적이다. 모든 투자는 투자자에게 귀속된다. 인생의 시간을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이 뜻하는 대로 되지 않았다면 투자자의 책임아닌가! 그러니 20대는 이 공동체에 20%의 책임이 있고, 30대는 30%의 책임이, 40대는 40%의 책임이 있다. 정당한 방법으로 부자시민이 되어서 부자근육세포로 행동할 책임은 직장조차 제대로 잡지 못한 20대가 아니라  내 또래의 한국인들에게 있다.

정치에서는 일진일퇴의 혼돈은 반복될 것이다.
다음 선거에서 내 편이라고 생각하는 세력이 이길수도 있고, 그 다음 선거에서는 질수도 있다.
그런 혼돈의 안개속에서 일희일비하지 않고 시민들은 결국 부자시민으로 레벨업 해야 한다.
그렇게 성장해서 어떻게 부자시민이 될수 있는지 우리의 아이들에게 떳떳하게 가르칠 수 있는 존경의 당위를 획득해야 한다. 우리의 아이들이 이 나라의 지방세포가 아니라, 근육세포가 되게 해야 한다.
그래야 진정으로 이긴다.

시민이여 우리 부자시민이 되자.
우리는 땅으로는 더 이상 부자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것들은 한때 부를 축적하는 수단이엇으나. 이제는 이 나라의 부자 지방세포들처럼 경제의 건강을 위협하는 방법이다. 지독한 비만이다. 땅으로 부자가 되려거든 차라리 노무현 처럼 땀으로 땅을 일구어 부를 얻는 부자 근육 세포가 되자.

시민이여 우리 부자시민이 되자.
건강한 부자가 되자.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자신의 욕망에 긍정하자. 그래서 부자시민이 될수 있는 창조력을 스스로 발휘하고 스스로 몸을 일으켜세웠다는 강한 자긍심으로 타인의 욕망에 분별심을 가지자. 그래야만 타자의 욕망 중 잘못된 것은 당당하게 지적하고 옳은 것은 긍정하며 무시할 것은 내버려 두는 경지에 도달하지 않겠는가.

시민이여 우리 부자시민이 되자.
그래서 강해지자. 그리하여 그가 채 이루지 못한  위대한 꿈을 이루자.

by 라이프펜 | 2009/11/03 21:53 | [:시사글:] | 트랙백(1)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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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노마드의 자유 공간 at 2009/11/05 00:24

제목 : <부자>들을 <시민>으로 추동해내야 한다
시민이여, 부자시민이 되자라이프펜님의 글을 읽으니 우선 반가웠다.라이프펜님의 글 주제와 관련해서 내가 보탤 수 있는 이야기가 있어서 트랙백도 걸어보았다.먼저 이와 관련하여 내가 노무현 대통령님께 직접 들었던 이야기를 꺼내놓는다.2009년 3월28일, 나는 주식동호회 회원들을 이끌고 봉하마을에 자원봉사를 갔었다.장군차 밭을 가꾸는 일이었는데, 자봉이 끝난 후 대통령님은 우리 일행을 사저로 이끄셨다.처음 들어간 사저에서 대통령님은 장군차를 대접하면......more

Commented by Joshua-Astray at 2009/11/03 22:56
나는 20대 개새끼론(論)은 믿지 않는다. 사람은 자기가 살아온 나날만큼의 책임을 지는 것이 합리적이다. 모든 투자는 투자자에게 귀속된다. 인생의 시간을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이 뜻하는 대로 되지 않았다면 투자자의 책임아닌가! 그러니 20대는 이 공동체에 20%의 책임이 있고, 30대는 30%의 책임이, 40대는 40%의 책임이 있다. 정당한 방법으로 부자시민이 되어서 부자근육세포로 행동할 책임은 직장조차 제대로 잡지 못한 20대가 아니라 내 또래의 한국인들에게 있다.


제가 20대이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 부분에 크게 공감했습니다. 글의 주 논지는 이 부분이 아니긴 합니다만,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Commented by 라이프펜 at 2009/11/04 08:28
네 책임은 확실히 저 같은 사람들에게 있습니다. 그리고 민주주의는 정치가가 책임을 지는 게 아니라 시민이 책임을 져야만 제대로 돌아갑니다.
Commented by 오가니스트 at 2009/11/04 14:53
깊은 생각을 해보게 하는 글이군요. 저에게 이런 숙제를 만들게 하시다니, 감사드립니다.
Commented by 라이프펜 at 2009/11/04 21:48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족한 글이 생각하실수 있는 사고의 씨앗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Commented by 아일우드 at 2009/11/04 16:28
생각하게 만드는 글..잘 읽고 갑니다~
Commented by 라이프펜 at 2009/11/04 21:48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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